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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

갈증이 우리를 움직인다

그 단어의 어원부터 글을 쓰며 사랑을 이야기했던 레즈비언. <사포>는 2022년 한국에 생동하는 레즈비언의 글쓰기를 포착합니다. 타오르는 갈증, 그것을 스스로 해갈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깊숙이 기입하고, 세상에서 가려져 보이지 않는 레즈비언의 글쓰기에 물꼬를 트는 시도를 합니다. 레즈비언의 사랑, 그 사랑이 삶에 가져다준 변화, 변화하는 일상, 그리고 일상에 지속적으로 침투하는 여성들의 관계를 그립니다. “2022년 2월 28일부터 3월 31일까지 레즈비언이 느끼는 ‘갈증’이 무엇인지 물었고, 12편의 글을 투고 받았습니다. 갈증은 욕망의 환유입니다. 레즈비언의 목소리를 담는 잡지를 창간하면서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은 단연코 갈증이라 여겼습니다. 레즈비언은 세상에 ..
그 단어의 어원부터 글을 쓰며 사랑을 이야기했던 레즈비언. <사포>는 2022년 한국에 생동하는 레즈비언의 글쓰기를 포착합니다. 타오르는 갈증, 그것을 스스로 해갈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깊숙이 기입하고, 세상에서 가려져 보이지 않는 레즈비언의 글쓰기에 물꼬를 트는 시도를 합니다. 레즈비언의 사랑, 그 사랑이 삶에 가져다준 변화, 변화하는 일상, 그리고 일상에 지속적으로 침투하는 여성들의 관계를 그립니다.

“2022년 2월 28일부터 3월 31일까지 레즈비언이 느끼는 ‘갈증’이 무엇인지 물었고, 12편의 글을 투고 받았습니다. 갈증은 욕망의 환유입니다. 레즈비언의 목소리를 담는 잡지를 창간하면서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은 단연코 갈증이라 여겼습니다. 레즈비언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게 숨고, 숨는 만큼 그 욕망을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억압의 크기만큼 욕망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1981년에 창간한 『커먼 라이프/레즈비언 라이프』라는 레즈비언 잡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투고 받은 모든 글을 실었고, 최소한의 교정교열만을 했습니다.”
-<사포>의 소개글 중에서

본문에서
흘러야 하는 물이 막히면 단절된 면에 대한 수압이 상승한다. (...) 나는 어떤 폭발의 지점에 나의 상태가 닿아있다고 느꼈다. (12p)
말하자면 작업실을 얻고자 했던 욕망을 향해 걷는 평행대 위로. 우리를 환영하는 따사로운 공동으로. 그리고 나는 아무에게도 이런 일을 설명해본 적 없다. (16p)
이게 뭘까. 내가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이었나. 그녀에게 돌진하는 몸과 마음이 스스로 낯설어 늘 숨을 고르곤 했다.(31p)
버림으로써 얻게 되는 것, 주춤거림으로 나아가는 길이 있다.(38p)
나는 오랜 시간 금지되어온 일에 씌어 있었다. (56p)
오리집은 레즈비언의 목소리를 세상에 남기는 출판사입니다. 2021년 1월 1일 아침, 여자친구와 한강을 산책하면서 오리를 봤습니다. 머리를 몸통에 넣어두고 찬바람이 부는 강가에서 잠에 들고, 자기 키만한 파도에도 헤엄을 멈추지 않고, 꽁꽁 언 강물 위를 뒤뚱뒤뚱 걷는 오리를 오래 쳐다보았고, 우리의 입에서 오래 회자되었습니다. 봄이 다가오면서 하나둘 자취를 감추는 오리를 생각했습니다. 세상 어디든 온도나 먹이같은 필수적인 것이 오리에게 알맞게 유지되어 주지 않습니다. 철새인 오리는 평생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다니고, 오리에게 집이란 늘 떠나야 할 곳이 되기 마련입니다. 살아가는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날 채비를 하는 분주함을 다른 에너지로 바꾸면, 어쩌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리같은, 우리같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아도 괜찮은, 꼭 알맞는 것을 주는 집, 오리집을 상상합니다. 오리집이 품은 이야기가 철새처럼 살아가던 우리에게, 이 세상에 머물어도 좋겠다는 마음을 가져다주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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